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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놈의 삐리리 질렸다고 말했을지 모른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신이 없었다. 끊임없이 의미에 관한 것을 물어보는 태도와 구태여 무엇을 말하려고 하지 말아라, 하는 말은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상반된 두가지의 말은 나를 아래 위로 흝으며 깊은 소파 속에 몸을 묻은 한 입에서 나온 것인데 그 둘의 충돌은 나를 질리도록 구속하는 것 중의 한 부분이었다. 그 부분에 있어서 나는 항상 핑계라면 핑계지만 창작하는 행위의 강박이었을 것이라고 둘러댄다. 이젠 타인의 탓도 아닌 내면화된 나의 속성이 되었다. 나는 고백한다. 단지 거짓말이 하고 싶을 뿐이다.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하며 탄성을 자아냈던 그런 뻥을 치고 싶을 뿐이다. 더보기
나쁜 피 Mauvais Sang, 1986 더보기
광인! 그 자체가 진실이다. 자폐적인 레오스 까락스는 분명 도쿄를 미디어로 접했을 것이다. 단지 매스 미디어에서 옮겨진 도쿄의 정보 몇가지로 광인은 탄생한다. 정보와 정보사이에는 간극이 있어 도쿄라는 도시의 이야기는 사이사이가 비어져 광인이 지하세계에서 양지로 나왔을땐 까마귀 울음으로 그 공간을 메어준다. 마치 그 울음은 레오스 까락스의 일본에 대한 공허한 경고장과도 같았다. '나쁜피'에서 데이빗 보위의 모던러브와 함께 질주하던 드니라방이 이번엔 긴 호흡으로 도쿄거리를 활보한다. 이미 광인은 유명인이 되었고 온갖 만행은 시민들의 스몰 브라더로 전파를 타고 미디어를 통해 광인이 만들어진다. 광인은 맨홀 아래에 있는 세계에서 우연히 보게된 수류탄을 도시에 투척하여 경찰에 의해 체포된다. 이에 방송은 광인에 대한 온갖 루머를 내보내고 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