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쉽게 집어먹을 수 있는 언어로, 사랑방 토크나 수다, 잡담으로 휘발되고 말 언어로 쓸 바에야 아무것도 쓰지 않고 백지 같은 상태로 존재하겠다고, 텅 빈 모니터의 커서처럼 껌뻑 껌뻑 존재하겠다고 결단하는 사람이야말로 작가적인 것이다. 그는 지루한 노동을 견뎌내듯 매일매일 '쓰지 않고자 하는 의지'를 관철한다. 작가의 노동, 창작의 노동이란 이런 '언어의 거식증'을 성실하게 앓는 것이다. 삶의 한가운데 침묵을 심어놓는 것. 그 침묵을 정성스레 가꾸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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