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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0일

방학기간이 시작되고 어느새 7월의 두번째 주를 맞이한다. 가방을 잃어버리더니 시간 감각도 잃어버린듯 하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값나가는 물품을 잃어버린적은 처음이다. 머무른 자리에서 이동할때 습관처럼 뒤를 돌아보는 나로선 이해가 가지않은 그 날 밤이었다. 자그마한 물건도 아닌 내 등 뒤에 물컹하게 자리잡고 있는 큰 가방인데도 말이다. 그 날 같이 술을 마셨던 친구의 사정만 아니면 그냥 집에 갔을텐데, 하며 그 친구 탓을 하고 자책을 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따지기만 한다면야 그 날 아침에 눈을 뜨지 말았어야 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끝없는 반작용의 여정일 것이다.

어쨌든, 가방과 그 안에 들어있는 물품들은 일상의 확장이었다. 나만의 확장으로서 수단인 그것들을 복구하기에는 큰 돈이 들 것이다. 물리적으로나 감각적으로나 일상생활의 지장은 물론 일상의 습관을 뒤바꿔야 하는데 이것이야 말로 크나큰 곤란함이다. 누구든지 최적화된 일상의 요소가 들어있는 가방은 각자만의 행동 양식의 구실을 하는것으로써 그 가방을 훔쳐간 쌍놈은 물품뿐만 아니라 나만의 비의적인 일상 패턴마저 앗아간 것이다. (나는 인심이 후하지 않아 자책보다도 그 쌍놈을 더 저주한다)

분실한지 3주가 지난 지금, 일상은 거의 복구가 되었지만 대체되지 못한 것도 있다. 상실감으로 인해 멍한 시간만 늘어가는데 왠지 모를 두려움도 앞서기도 한다. 불현듯 찾아온 괴상한 감정 자체가 충족되지 못한 결핍의 일상 패턴과 3주 후면 있을 아프리카 여행에 대한 감정이 기묘하게 섞이면서 막연한 두려움이 커진 것이다. 기이한 감정을 가까이 다가온 일정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뜻밖의 것'을 기대해 보기도 하고, 4년을 함께 한 긴머리를 이번주에 삭발을 하게 되는데 누적된 '오래되고 낡은 것'의 내 생활 양식이 뒤바뀌지 않을까, 하는 또 다른 '뜻밖의 것'을 예기해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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