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 침대에서 누워서 생각하는 것 중 하나인데, 낡은 것에 대한 집착이다. 그것이 유용하지 않거나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달라지고 있는 내 삶의 유형 때문에 손에서 멀어진 것 뿐 누구 탓을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어쨌든, 무언가를 찾을 때 방 안 구석을 뒤지다 보면 한동안 손에 떨어져 있던 낡은 것이 ' 이봐, 이제서야 찾아왔군. 예상보다 백일하고도 이십칠일 세시간은 늦었군.' 하며 그 주위에는 담배꽁초가 잔뜩 쌓인 기다림에 지친 자락을 보여주곤 한다. 물리적으로는 그런 뉘앙스가 먼지로 대신 답을 해주겠지만 나는 그런 부분에 새삼스러운 감동을 받아 그 당시 있었던 향수를 불러 일으키게 한다.
오늘도 역시 낡은 것에 대한 투쟁을 시작했다. 어머니는 유용하지 않고 쓸모가 없다라는 주장을 피력하며 나를 약간의 무력으로 제압하지만 결국 나의 신경증이라고 할 수 있는 정신병의 방패를 이겨내지 못했다. 헌데, 내가 승수를 올린 대신에 조건이 있었으니 그들에게 한번씩은 작은 표현이라도 하라는 것이었다. 그 표현 또한 어머니께 보고를 해야하니 내 모양새가 이 더운날 말이 아닌건 당연하다.
다시 하루키 상 책을 집어든 것도 이 계기인데 한동안 묵은 지 마냥 한 구석에서 잠자고 있던 '코끼리 공장 해피엔드' 책을 탈탈 털어 읽고 있다. 글 중 이사에 관한 에피소드 인데 지금 타이핑 하고있는 낡은 것에 대한 이야기와 머릿 속에 부여잡고 있는 낡은 생각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오늘 열 두시를 넘기는 투쟁이다.
이사에 대한 에피소드는 제로화에 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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