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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면의 고백 그리고 인간실격

가면의 고백을 읽는데 다자이 오사무 이야기를 빼놓지 않을 수가 없다. 미시마는 가면의 고백으로 등단하며 다자이는 인간실격 집필을 마치고 생을 마감한다. 삶의 방식을 달리 선택한 이들의 기구함이 여기서도 엇갈리는 것이 나의 눈에만 기이하게 비치는 것만은 아닐 듯 싶다. 


가면의 고백, 인간실격 이 소설들은 동일한 자전적 소설이며, 미시마의 초년작, 다자이의 만년작이니 그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미시마는 시작점에서 다자이는 도착점에서 풀어갔다는 것이다. 이들의 운명은 역학적 운동처럼 절대적인 거리가 존재했지만 그들은 평생 벗을수 없는 가면을 쓰고 살았던 것이었다. 그 가면은 타성이든 자의든 자신의 나약함을 근거한 것이고, 그것을 자각했다는 점에서 둘은 닮아있지만 대하는 방식을 전혀 다르게 취했다는 것이다. 유약함을 전면에 내세운 다자이와 극우사상에 깃든 남성적 낭만주의로 극복했던 미시마의 문학관에서 그들이 죽음을 선택하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대립적이었다.  


물리적인 거리에 반해 그들은 동시에 나약함의 표상이었으며 내면의 세계에 천착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데올로기 군상에 빗겨나가는 두려움과 불안의 요소는 미시마를 극한으로 밀어붙이고 '정상'을 갈구했다. 그 정상은 봉우리도 될 것이고, 체제가 요구하는 성정체성의 정상이기도 할 것이다. 내면의 동요는 악마적이고 불온한 관능을 외면한 정신의 극기로 무장한 가면이었다. 본래의 것이 사라졌는지도 모르는 모호한 가면의 정체성을 고백하는 미시마는 나약함이 아닐 것이다. 고백과도 같이 나약함을 만천하에 드러낸 다자이의 용기 또한 결코 나약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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