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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견 또는 지레짐작은 뇌에서 제거해야 할 버그이기는커녕 더욱 날카롭게 벼려내야 할 유일무이한 인식의 수단이다. 뇌는 매 순간 '갱신된 선입견들'을 폭포수처럼 쏟아내고 있다. 생활세계는 그런 선입견이라는 벽돌이 계속 교체되고 있는 집인 셈이다. 선입견의 바깥, 지레짐작의 외부는 없다. 갱신된 선입견, 조절된 지레짐작 없이 우리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감정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을 방해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감정이 무뎌지면 당장 간단한 판단부터 어려워진다. 세상을 감정이라는 '정신적 물감'으로 칠해 놓지 않으면, 세상 살기가 막막해지는 것이다. 막막하게 살지 않기 위해서는, 그때그때 결정하고, 선택하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감정이 필수다. 감정과 생각의 '밀당'에서 출현한 것이 바로 느낌이다. 감정을 가진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 생각하는 사람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느끼는 사람, 호모 센티엔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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