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xt

번성

스티븐 제이 굴드는 지구를 대표하는 생명체는 인간이 아니라 가장 흔해 빠진 박테리아라고 했다. 인간이 지구상에서 '번성'했다면, 박테리아는 인간 보다 수십, 수백 배쯤 더 '번성'했다. 박테리아는 동물이나 인간보다 진화를 덜 해서가 아니라 그냥 동물이나 인간처럼 되지 않고서도 사는 방법을 찾았기 때문에 그렇게 사는 것이다. 박테리아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오히려 우리를 보고 경악할 것이다. 신경체계가 없어도, 뇌가 없어도, 머리가 없어도, 손발이 없어도, 생각이 없어도, 감정이 없어도, 사랑이 없어도, 행복이 없어도, 아름다움이 없어도, 의미가 없어도, 구원이 없어도, 정치가 없어도, 경제가 없어도, 도덕이 없어도, 예술이 없어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는데, 잘 존재할 수 있고 잘 살 수 있는데, 뭔 저 지랄을 하고 있나 라며 신기해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박테리아의 논리를 반박하지 못할 것이다. 우주의 헌법은 애당초 민주주의적이기 때문이다.

'txt'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억  (0) 2023.02.21
chatGPT  (0) 2023.01.30
되기  (0) 2023.01.16
KID A  (0) 2022.11.01
계급  (0) 2022.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