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탈주 첫번째 탈주. 철학사에 굳이 끼워넣자면 쇼펜하우어는 칸트 이후의 관념론에 속할 것이다. 실제로 칸트에 대한 대강의 이해 없이 쇼펜하우어를 제대로 읽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여타의 관념론들과는 달리, 쇼펜하우어의 관념론에서는 관념적인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관념론들은 명시적으로든 암묵적으로든 이념적인 또는 이상적인 것을 지향하기 마련인데, 쇼펜하우어의 관념론에서는 그런 지향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탈이상화된 관념론'이라고 할 만하다. 아이디얼한 것에 대해 말을 아끼는 아이디얼리즘인 셈이다. 두번째 탈주. 신랄하게 세속을 조롱하고 단호하게 인간들의 '급'을 나누는 그의 윤리는 명백히 보수적이고 귀족적이다. 그런데 이런 윤리관은 역설적으로 당대에 형성 중이던 시민 사회에 대한 비판으로 기능하기도 한.. 더보기
우리의 하루 는 이들이 겪는 하루의 면면을 교차한다. 인물들이 들려주는 삶의 태도는 어딘지 공명한다. 상원은 솔직함을, 홍의주는 정답이나 진리 대신 작은 순간을 신뢰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맑은 믿음과 호의적인 마음에 스민 불안과 의심, 위선과 냉기, 어쩔 도리 없는 유혹, 무엇보다 고독의 그림자를 날카롭게 살피고 쓸쓸하게 응시한다. 정직한 단순함만으로 삶과 사람의 짙은 구체성에 이른다. 더보기
오즈와 보위 "물론 일본인들의 좌식문화(대표적으로 꿇어앉는 자세)는 그들의 신장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는 한다. 좌식과 입식 생활은 신체 발육에서 차이를 낳는다. … 한국 노동운동의 선구자인 전태일은 허리를 펴고 일어설 수도 없는 낮은 다락방에서 하루에 열 몇 시간씩 쪼그리고 앉아 일하던 어린 여공들을 보며 분노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