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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이에게



느닷없이 온 줄 알았는데 예견된 날이어서 억장이 무너진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가족 모르게 줄타고 있었을 너를 생각하니 가슴이 내려 앉는다. 너의 심정이 나를 죄스럽게 한다. 식어가고 굳어있는 너의 몸을 만지고 예뻐할 줄만 알았던 나를 한없이 작아지게 만든다. 냉동고에서 화장터를 홀로 버틴 너에게 어느 누가 무슨 말을 한 들 내가 납득하지 못한다. 수화기 너머 곡하는 엄마의 목소리도 나는 납득하지 못한다. 감정의 소비를 위해 알량한 추모는 하기도 듣기도 싫다. 

2000년 초, 추운 겨울 식탁 밑으로 숨어있던 너를 생각한다. 사람들을 몰랐던 너여서 걱정 어린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던 너도 나도 같았을 그 눈동자가 기억이 난다. 항상 같이 있을 줄만 알았던 그 시간이었는데 어리석은 내가 더 사람들을 몰라 바깥으로 나다닌 시간이 후회된다. 조금이라도 너의 입맛에 들어하는 음식과 괴로운 그 시간을 같이 못해준 것이 너무나 미안하고 미안하다. 끝까지 사랑하지 못한 얄팍한 나의 탓이다.

항상 생각하고 기억할 것이다. 부디 편히 쉬길.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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