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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온 줄 알았는데 예견된 날이어서 억장이 무너진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우리 모르게 줄타고 있었을 너를 생각하니 가슴이 내려 앉는다. 너의 심정이 나를 죄스럽게 한다. 식어가고 굳어있는 너의 몸을 만지고 예뻐할 줄만 알았던 나를 한없이 작아지게 만든다. 냉동고에서 화장터를 홀로 버틴 너에게 어느 누가 무슨 말을 한 들 내가 납득하지 못한다. 수화기 너머 곡하는 엄마의 목소리도 나는 납득하지 못한다. 감정의 소비를 위해 알량한 추모는 하기도 듣기도 싫다. 

2000년 초, 추운 겨울 식탁 밑으로 숨어있던 너를 생각한다. 사람들을 몰랐던 너여서 걱정 어린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던 너도 나도 같았을 그 눈동자가 기억이 난다. 항상 같이 있을 줄만 알았던 그 시간이었는데 어리석은 내가 더 사람들을 몰라 바깥으로 나다닌 시간이 후회된다. 조금이라도 너의 입맛에 들어하는 음식과 괴로운 그 시간을 같이 못해준 것이 너무나 미안하고 미안하다. 끝까지 사랑하지 못한 얄팍한 나의 탓이다.

항상 생각하고 기억할 것이다. 부디 편히 쉬길.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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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와 집과 사무실이 갑자기 얘기치 않게 사라졌을 때, 우리는 새로운 물질적 구조를 만드는 일만이 아니라 찢어져 버린 문화의 조직들과 상처 입은 마음을 고쳐 주는 작업도 필요하다. 그래서 도시가 대규모의 재난을 겪은 후에 진흙과 벽돌로 다시 세우는 것과, 말과 이미지를 가지고 문화적 환경을 다시 세우는 것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재건설'을 '다시 만들기'와 '다시 말하기'의 두 가지 의미로 보는 것이다."

『되살아나는 도시: 어떻게  현대도시는 재난에서 회복하는가,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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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이가 내가 찾는 가상적 충만을 내게 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녀는 나에게 자신이 가진 가장 현실적인 것 즉 동일한 충만에 대한 그녀 자신의 욕망을 줄 수는 있다. 우리는 서로에게 욕망을 줄 수 있다. 그건 바로 우리 어느 누구도 타인에게서 만족을 얻을 수 없다는 얘기이다. 따라서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 란 말은 "나를 만족시켜 줄 수 없는 것은 당신이다!"란 말과 같다. 당신이 원하는 것이 내가 아님을 당신에게 상기시켜 줄 수 있는 나는 얼마나 특권적이고 특이한가...

_ '미학사상' 제 10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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